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발생한 우한(武漢)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후베이성을 2주 안에 방문한 외국인은 오는 4일부터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중국 위험 지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우리 국민의 경우 입국 후 14일 간 자가(自家) 격리하겠다"며 "제주특별 자치도와 협의 하에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또 "지역 사회의 바이러스 확산할 수 있는 경로를 더 촘촘히 차단해야 한다"며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 구분 없이 접촉자 전체에 대해 자가격리를 하고, 사업장·어린이집·산후조리원 등 집단 시설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중국을 다녀온 경우 14일간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어 "우리 국민의 경우 입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하겠다"며 "제주특별자치도와의 협의 하에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우한 폐렴 사태가 한 달을 맞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일로로 치닫는 데 따른 조치다. 하루 확진 환자가 최근 들어서는 2000명 가까이로 폭증 양상을 보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에서 더 이상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는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도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자국 내 감염 사례가 확인 되자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 편 운항을 중단시켰고, 러시아는 중국과 국경 일부 폐쇄에 이어 양국 간 여객 열차 운행까지 대부분 중단시키겠다고 한다. 북미·유럽 주요 항공사에 이어 일부 아프리카 항공사까지 중국 노선 항공 편 운항 축소·중단에 나섰다. 중국과의 접촉 면을 최대한 줄여 감염원 유입 차단에 나선 것이다.

정 총리는 "최근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과 가격 인상에대한 우려가 있다"며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마스크·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의 수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에 설명하고 수급 상황을 점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확진자와 접촉자 수가 증가해 상황이 장기화하고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대응방안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중수본은 지자체와 협력해 인력, 격리 병상, 검사 시약 등 현장의 필요자원을 확보하고 기재부는 소상공인, 수출, 관광업계에 예상되는 피해를 보완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했다. 정 총리는 "우한 교민 700여분이 1·2차에 걸쳐서 귀국했는데, 1차 입국자 대상자를 전수 검사한 결과 한 분이 확진 판정을 받 았다"며 "임시 생활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의료진이 매일 2차례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외부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고 있다. 이런 철저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시 생활시설 결정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께 많은 심려 끼쳐 드렸음에도 결국 우한 교민들을 배려와 이해로 맞아주신 주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